지리산 갈대꽃


오봉옥


늙은 애비 헛간에서 죽었더란다
두 섬 쌀마지기 숨겼다고 쪽발이놈이 죽였더란다
고운 아내 골방에서 죽었더란다
벌건 대낮에 강간하고 양키놈이 죽였더란다
어이어이 못 산 애비 떠메고 들어갔나
어이어이 못 산 아내 묻으러 들어갔나
꽃아 지리산 꽃아
무엇을 목놓아 부르다가 쓰러진 꽃아
바람만 훅 불어도 금시 일어나
백발머리 흩날리며 마을로 치달려오는
뉘는 널더러 빨갱이꽃이라 부르지만
정작 너는 슬픈 꽃
두고 온 자식이나마 만나야겠다고
왼종일 저두르는 지리산 꽃.


피아골 삼거리에서 노고단 방면의 평원에서.
갈대인지, 억새인지 구분이 되지 않으나, 갈대 넘어의 운해가 왼지 슬퍼보인다.






실제로 지리산 갈대꽃이 아름다운 곳은,
노고단에서 오른쪽편에 있는 문수봉이라고 한다. 멀리서 본 문수봉의 끝은 회갈색이었는데,

성삼재~구례행의 버스 기사 아저씨는 문수봉 끝에는 갈대밭이 이루어져 있어서 봉우리가 그런 색이라고 귀뜸해주었다.


피아골 대피소 ~ 피아골 삼거리 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