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는 말을 늘상 강조했던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삼우제가 어제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제주도에서는 역사상 유래없는 도단위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있는 날입니다.


사실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서울사람이고 제주에 잠시 머물고 있는 저에게는 충격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울로 치자면,
서울시 외곽 하나의 작은 구에 문화와 역사의 도시라는 서울시의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군사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의견 수렴 부족과 독선적 행정을 빌미 삼아 서울시장을 소환해서 재평가 투표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서울 시민들로는 이런 것들이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내 아파트가 있는 동네가 아니니 무관심하거나 혹은 저쪽 동네도 집값 떨어지니 저러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
또는 지금 시장이 이정도 문제가지고 물러나라는 거야?  정치가 다 그런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서울시민인 제 입장에서 보자면 그깟거 가지고,
행정기관의 교묘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단 한달여만에 주민소환을 위한 청구인 서명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서명을 받고 결국에는 주민소환 투표까지 하게 되는 경이로운 지방민주주의, 시민민주주의를 목도하게 된 셈이지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늘 이야기 했던 "행동하는 양심" 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민소환 투표가 갖는 의미는 주민소환의 찬반 결과를 떠나서,
권력자에게는 주권자에 대해 민주적 태도와 절차를 어겼을 때, 주권자에 의해 가장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주권자에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야기 했던 권력앞에 비굴하고 냉소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떳떳할 수 있는 제도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용기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심어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서울시청 광장의 사용권과 관련된 조례개정 운동이 다소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에 영혼과 주권을 팔아버린 저를 포함한 서울시민들..
제주도민들에게 참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